About
김병호 · KIM BYOUNG HO
김병호
KIM BYOUNG HO
작가노트
이미와 아직의 시간 — The Time of the Already and the Not Yet
우리는 흔히 존재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삶에는 감각되기 이전부터 이미 시작되는 존재들이 있다.
이번 전시는 한 개인의 매우 사적인 경험에서 출발하였다. 2025년 12월 6일, 딸의 임신 소식을 들은 순간 아직 만나지 못한 한 생명이 이미 삶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그 존재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태명 라또(R@:tto)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부터 그는 이미 가족의 시간 속에 현존하기 시작했다.
이 경험은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존재는 반드시 감각되어야만 존재하는가? 보이지 않아도, 만질 수 없어도, 아직 만나지 않았어도 관계는 이미 시작될 수 있다. 그 존재는 감각되기 이전부터 이미 기도의 대상이 되었고, 그 기도는 현재의 시간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미’와 ‘아직’은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는 시간이 아니라, 하나의 현재 안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현존하는 존재의 조건이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지연된 현존(Delayed Presence)’을 예술적으로 탐구한다.
전시장에는 두 명의 작가가 공존한다.
KIM의 작업은 〈기도-드로잉(Prayer Drawing)〉 연작으로 구성된다. 기도-드로잉은 이미지를 계획하거나 구성하는 행위가 아니라, 작가의 예술적 통제를 최대한 비워낸 채 기도의 흐름을 따라 손이 움직이는 수행적 드로잉이다. 화면 위를 유영하는 수많은 선들은 어떤 대상을 재현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기도의 시간 속에서 축적된 호흡이며, 이미 시작된 관계가 화면 위에 남긴 흔적이다. 이 선들은 하나의 그림이라기보다 기도가 지나간 시간의 기록이며,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이미 현존하는 생명과 맺어진 관계를 시각화한 흔적이다.
반면 R@:tto-페르소나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구성된 예술적 페르소나이다. 그는 미래의 작가도,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도 아니다. 그는 이미 존재하지만 아직 물리적으로 감각되지 않는 또 하나의 창작 주체이다. 태아의 심장박동과 움직임, 산모의 호흡과 감정의 변화, 태교의 시간들은 생성형 AI를 통해 이미지와 영상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그 작품들은 전시장 안에 직접 존재하지 않는다. 관객은 QR 코드를 통해 온라인 공간에서만 작품을 만난다.
여기에서 QR 코드는 작품을 설명하는 안내가 아니다. 그것은 작품이 존재하는 또 하나의 장소이며, 지연된 현존에 접근하기 위한 하나의 문이다.
우리는 물리적 공간에 머물면서도 동시에 비물질적 공간을 살아간다. 현실과 온라인, 직접적인 감각과 매개된 감각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존재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동시대의 경험을 기술적 현상이 아니라, ‘지연된 현존’이라는 존재론적 조건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결국 〈이미와 아직의 시간〉은 태어나기 이전의 한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아직 보이지 않지만 이미 우리를 변화시키고 있는 모든 존재들에 관한 전시이다.
언젠가 한 아이가 처음으로 “할아버지”라고 부를 그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 호명은 아직 들리지 않을 뿐, 이미 현재의 시간을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언제나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 지연된 현존과 함께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노트 — 김병호)
학력
경희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학과 (학사) 프랑스 국립 스트라스부르그(Marc BLOCH Strasbourg) 대학교 예술대학원 조형예술학(석사) 프랑스 국립 스트라스부르그(Marc BLOCH Strasbourg) 대학교 예술대학원 조형예술학(박사)
수상
- 2022
대한민국미술인상 (공로상)
- 2020
제32회 원주예술상 (대상)
- 2017
제14회 원주미술상 (창작상)
- 2014
제30회 강원미술상 (본상)
- 2012
제26회 한국예총예술문화상 (대상)
현재
백석대학교 기독교전문대학원 기독교미술학과 교수
대한민국크리스천아트피스트(KCAF) 운영위원장
(사) 아트 인 강원 이사장